술에 얽힌 재미난 어원

흥미롭고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 수작(酬酌)이란?

  酉(닭 유)자가 닭의 의미만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유(酉)라는 한자는 원래 배가 잘록하고 밑이 뾰족해 모래나 진흙 바닥에 꽂아두기 좋도록 만들어진 술독 또는 술 단지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유(酉)가 들어간 글자들은 술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술 주(酒)와‘술 부을 작’(酌)이다. 

  수작(酬酌)이란 ‘갚을 수(酬), 술 부을 작(酌)’이니 술잔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수작(酬酌)은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뜻이다.

  음주문화 유형은 대개 세 가지다. 자작(自酌)은 제 술잔에 자기가 마시고 싶은 만큼 따라 마시는 음주문화로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인들의 술 문화다. 대작(對酌)은 중국이나 러시아, 동구의 전통적인 음주문화로 잔을 맞대고 건배를 외치며 마신다. 잔을 돌리지 않는다. 수작(酬酌)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시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주문화다. 

  옛날에는 주막에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술잔을 주고받으며 서로 통성명을 하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작을 건다’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이 말이 요즘은 좀 불순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오늘날의 수작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여기다 ‘설익다 또는 좋은 게 아니다.’라는 의미의 접두사 ‘개’자를 붙여 ‘개수작한다.’ 또는 비하의 뜻이 담긴 접미사 ‘질’을 붙여 ‘수작질’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신윤복 그림에 등장하는 주막

- 보수(報酬)란?

 ‘갚을 보’(報)와‘갚을 수’(酬)로 이루어져 있는 보수(報酬)라는 단어도 술과 관련이 있다. 보수는 원래 ‘고마움에 대해 보답하다’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일한 대가로 주는 돈이나 물품’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주인이 일꾼들에게 삯을 줄 때도 그간 일한 노고를 치하하며 술 한 잔 대접하면서 돈이나 쌀 등 물품으로 노임을 주곤 했다. 이렇게 일한 대가로 노임을 주는 보수(報酬)도 어원은 ‘보답하는 뜻에서 술을 대접한다.’는 뜻이었다.

  서양의 보수 곧 샐러리(봉급,Salary)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소금(Sal)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로마시대 군인들에게 봉급을 소금으로 준데서 기인했다. 동양의 보수라는 단어도 일꾼들에게 술대접 한데서부터 유래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 짐작(斟酌)이란?

  짐작(斟酌)이라는 단어도 술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혹 짐작해보신적 있나요? 원래 도자기병에 술이 담겨 있으면 속에 든 술 양을 가늠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잔에 술 따를 때 천천히 어림잡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는 뜻이 있다. 따라서 짐작(斟酌)은 ‘어림쳐서 헤아리는 것’이다.

  사전을 보면 짐(斟)은 ‘짐작할 짐’이라는 대표 새김을 해놓고 그 밑에‘술 따르다’의 뜻을 덧붙였다. 작(酌)은‘술 부을 작’이라 했다. 이렇게 둘 다 원래는 술을 따르는 행위이다. 그러나 짐(斟)은 상대 술잔에 술을 조금 부족하게 따르는 행위인데 비해 작(酌)은 넘치게 따르는 일이다. 술꾼들은 술잔에 술을 적게 따르자니 어딘가 섭섭하고, 넘치듯 가득 채우자니 뭔가 결례를 범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상대에게 술을 따라주는 양은 짐작(斟酌)의 딱 중간이 좋다.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그래서 이 짐작(斟酌)이라는 단어는 술을 남에게 따라주는 일 이외에도 여러 뜻을 얻는다. ‘상대를 헤아려 고려하는 일, 사안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중을 따지는 일, 상대 또는 상황을 체크하는 일’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 작정(酌定)이란?

  무슨 일을 할 때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작정(酌定)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다보면 잔이 넘친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다.

- 참작(參酌)이란?

  술잔을 주고받다 보면 상대방 술잔을 살펴 술잔이 비었으면 술을 따르는데(酌:부을 작), 이 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도록 헤아려(參:헤아릴 참)적당히 따라 주어야 한다. 또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 양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參酌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형량을 정하는 “정상 참작”도 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 감흥(酣興)이란?

  술은 감흥(酣興)이 일 정도 까지만 마시는 것이 좋다. 감흥(酣興)이란 마음속 깊이 감동받아 일어나는 흥취인데 원래 이 단어의 뜻은 ‘술을 마시고 한껏 즐거워함’ 또는 ‘흥겨움이나 즐거움이 절정에 이른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단계를 넘어서면 ‘즐길 탐’(酖)이 된다. 즐길 탐(酖)은 술에 취해 즐거움 속에 잠겨(沈:잠길 침) 있는 모습인데 조금 과도함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면 곧 술을 끝까지 마시게 되면 ‘마칠 졸’(卒)이 추가되어 ‘취할 취’(醉)가 되는 것이다. 더 취해서 귀신(鬼:귀신 귀)처럼 되면 이젠 ‘추할 추’(醜)가 된다.

[출처 : 정경조선, 글 :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