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동서 시의 고금을 막론하고 치산치수는 나라님의 백성 사랑법이고 백성이 배곯지 않고 살게 하는 것도 어질고 뛰어난 성군의 백성 사랑법이다.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는 지금 시대라고 해서 그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날의 나라님은 성군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에 불안으로부터 국민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있을 것이다. 불안 중 최고의 불안은 이웃이 당한 범죄가 나에게 들이닥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다.
실제 통계나 경험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은 가장 큰 불안요소나 두려움의 발원지의 하나로 범죄를 꼽고 있다. 특히 1인가구가 600만을 넘어섰고 그 중 300만 가구가 여성가구인 현실에서 여성들에게는 범죄피해 두려움 중 주거침입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에 있어 형사사법절차는 죄지은 자에게 과형하는 절차요 죄 없는 자에게 면형하는 절차다. 과형이라 하더라도 죄지은 만큼만 벌 받으면 된다는 건 만고의 진리인데 비정한 현실은 벌 받고 출소한 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벌을 과외로 주고 있다.
그 어떤 죄인이라도 선고된 형벌을 초과하여 벌 받아야 할 수인의무도 없고 이미 국가가 명한 형을 모두 살고 나온 출소자에게 벌 줄 권리를 가진 자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사법당국에서 정한 벌을 다 받고 나온 출소자에게 기다리고 있는 세상은 가족과 일터와 사람과 함께였던 수감되기 전의 생활터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휑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가 교도소에서 사회로 건너가게 하는 다리가 되어 주지 못한다면 출소자에게는 이 세상이란 것이 작은 감옥에서 큰 감옥이라는 형태만 달리하는 또 하나의 감옥일 뿐이다.
매쓰로의 인간욕구 5단계에서 첫 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에 추구하게 되는 건 안전에 대한 욕구다.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사회에서는 존중욕구나 자아실현이라는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안전과 범죄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출소자에 의한 재범으로 재복역률 25%를 기록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재범은 가족과 끊어지고 직장과 끊어지고 지역사회와 끊어진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AI가 중심이 된 4차 산업시대에는 의사의 처방에 의한 약을 쓰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는 AI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닫힌 것에 막힌 곳에 빛을 쬐고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한 현대인에게 안전을 확보하는 길은 초범이든 재범이든 범죄를 줄이는 것이라는 점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지만 다만 그 처방이 다를 뿐이다.
재범이라는 결과를 바꾸고 싶다면 범죄경험을 가진 출소자가 맞닥뜨릴 세상을 바꾸면 된다. 출소자를 코너로 몰고 등을 보이는 지역사회에서 가슴을 보이고 말을 걸고 볕을 쬐고 빛을 보여주면 된다. 재범하는 출소자는 세상에 의해 갇힌 자들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의 특징의 하나에 초연결이라는 게 있다. 유독 출소자 앞에서 그 연결이 끊어져 있다. 출소자를 가족과 연결하고 지역사회와 연결하고 일터와 연결하는 일이 절실하다.
숙식을 제공하고 주거를 지원하고 직업훈련과 취업을 돕고 창업을 지원하며 심리상담까지 하는 것은 출소자를 가족과 일터와 사회와 연결하는 강력한 고리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 연결고리 역할을 전적이고 전문적이고 실천적으로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법무부 산하에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바로 그곳이다. 공단이 연결고리 역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출소자들에게 숙식제공, 주거지원, 직업훈련, 취업알선, 창업지원, 원호지원, 심리상담이라는 이름의 법무보호사업으로 출소자의 재범률을 떨어뜨리는 데 해낸 역할은 가히 결정적이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감자의 가족, 특히 자녀학업지원까지 연결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출소자에 의한 재범방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재사회화는 가정에서 일어난다는 관찰적 경험과 그걸 위해서는 가정복원이 우선이라는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공단의 이런 법무보호사업의 확장은 수감자의 가족이라는 편향된 사회의 시선을 교정하고 흔들릴 수도 있는 자녀의 범죄에 대한 유혹을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공단의 법무보호프로그램의 작동으로 상당수 출소자의 재사회화를 기할 수 있고 단념된 재범의지 후에 오는 그 열매로 우리와 지역사회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더 많은 출소자들이 공단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일터로 가정으로 사회로 돌아가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공단의 설립 근거를 둘 것이 아니라 공단의 근거와 역할을 독자적인 법률에서 마련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공단이 시스템을 갖추고 머리와 가슴은 넉넉히 준비하고 있지만 손발이 한정된 범위에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즉 한정된 예산과 출소자에 대한 정보접근이 차단되어 있어 재범예방의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시바삐 이를 해결해야 하고 이 지점이 독자적 법률 제정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실제 법무부 산하에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정부법무공단은 이미 독자적 법률을 가지고 있다.
이참에 재범예방을 위한 법무보호사업의 확대 필요성과 안전사회라는 요청을 담아내기 위해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라는 기관의 명칭도 한국범죄예방공단으로 변화를 주는 게 좋지 싶다.
이쯤해서 사실 피해자는 어떡하고 가해자를 지원하는가 하는 질문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출소자 지원에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회가 출소자를 외면한 만큼 교도소로 향하는 길은 넓어질 것이지만 우리 사회가 내어 준 품만큼 매쓰로가 말한 나의 안전에 대한 욕구 충족의 길도 넓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온 동네가 나서서 범죄척결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고 하여 범죄예방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 당한다는 말이 있듯 범죄도 선택에 의한 범죄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선택당한 범죄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선택당한 범죄는 출소자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나 외면한 대가로 우리가 받아야 할 아픔인지도 모르겠다.
봄이 오면 곧 찾아 올 양재천의 야생화를 기다리면서 필자는 나지막이 물어 본다. 두려움 없는 세상을 견인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라고.
글 : 원광디지털대학교 신이철 교수
매일경제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2/03/190907/?sc=3050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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