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혀를 내두르는 흉악범죄자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평생 동안 이른바 징역살이를 한다. 그렇다면 흉악범죄자들은 출소 후 모두 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까? 작년 9월 한 남성에 대한 보도로 전 국민은 들썩였다.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인 유기한 후 공범까지 살해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권재찬.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남성이 있다. 전국구 주먹으로 이름을 떨치다 수감되어, 전국의 특별사동을 전전하였고 친한 후배를 죽인 죄로 15년의 형을 받은 황동순(가명). 그는 전과 10범이 넘는 강력범죄자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게끔 하얀 도화지를 선물해 준 국가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황동순이 마지막 수감생활을 마쳤을 당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한 직원은 그를 찾아가 ‘느리지만 천천히’ 함께 걸어가 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남들에게 손가락질당하는 삶에 익숙해진 그에게 공단 직원의 손길은 의미가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직원에게 보답하자는 의지가 생긴 황동순은 공단의 지원으로 기술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하며 서서히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2023년 현재는 춘천시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매년 본인과 같은 사람들에게 사용해달라며 기부를 하고, 정기적으로 출소자 시설에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2020년 도내 레슬링 유망주였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을 때, 부의금 전액인 1021만원을 공단에 기부하는 등 선행을 실천하며 자신을 다시 받아준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없다. 가족의 양육, 경제적 여건, 교육정책 등 수만 가지의 환경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다. 출소자 역시 출소 후 각기 다른 삶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지만, 그들이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화될 수 있다는 ‘믿음’과, 사회에 재진입할 수 있게 하는 ‘지지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견했다. 한국청소년복지개발원의 이슈페이퍼에서 “비행청소년 10명 중 9명은 1년 내 재범을 저지르게 되며, 이러한 원인은 ‘사회적 낙인’에 근거하고 있다”라는 연구결과였다. 출소자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은 그들의 변화 의지를 좌절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결국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주홍글씨로 인한 재범이 발생하는 만큼 이들이 교화될 수 있다는 인식개선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범죄자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것이 바로 인식개선을 통한 사회적 낙인 효과를 지워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자원봉사자는 출소자 지원시설이 주변에 있다는 것에 반발하는 주민들과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출소자가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인디언 오마스족 속담이 있다. 흔히들 사회화보다 재사회화의 과정이 훨씬 어렵고 소요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하는데, 현재 한 해 출소자가 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자원봉사자(법무보호위원) 7000여 명은 이들을 재사회화 시키는데 있어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원봉사자는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출소자의 머리를 깎아주고, 명절에는 전을 부치며 함께 윷놀이를 하고, 날씨가 좋을 때는 근교로 여행을 가며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어 출소자들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통해 재범 감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색안경을 내려놓고 따뜻한 손을 먼저 건넬수록 우리 사회의 황동순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권재찬의 첫 살인 이후 두 번째 살인 이전에 누군가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면, 지금 그는 교도소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심만 있다면 제2, 제3의 황동순은 당신 옆의 이웃으로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 양혜경 회장(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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