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의 초대

대학생 법무보호위원이 전하는 학업지원 멘토링 수기

“희망으로의 초대”

 우리는 좋은 일이 생길 때, 누군가를 어딘가에 초대하곤 합니다. 초대받은 사람은 초대 받았다는 설렘을 느끼며 초대자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희망이와의 멘토링을 준비하고, 또 함께할 때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초대”라고 생각합니다. 

  학업지원 멘토링 사업은 제가 법무보호위원 활동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아동청소년 권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활동을 하던 중 법무보호대상자 자녀의 정서적, 사회적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공단 대학생위원회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멘토링을 준비하며 학업지원과 더불어 정서지원 멘토링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전광역시 자원봉사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자원봉사 공모사업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의 정서지원을 위해 ‘자아존중, 올바른 감정표현, 타인존중, 꿈과 미래’라는 4가지 주제를 기획하여 사업에 참여・선정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희망이와 멘토링을 진행하며 함께 이룬 가치를 주제별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넌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야(자아존중)”

  처음 희망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희망이 또래의 친구들은 연예인과 노래 등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활동을 좋아하는지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했습니다. 혹시 낯을 가리거나 우리와의 만남을 어려워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다행히 처음 만난 희망이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밝고 긍정적인 희망이와의 첫 만남 후 더 좋은 멘토, 따뜻한 멘토가 되어주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멘토링을 통해 그 어떤 것보다 희망이가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기 충분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었고, 또 존중해주는 많은 어른들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회기부터 아동권리와 권리가 침해되었던 상황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희망이는 학교 선생님께서 희망이의 개인사를 친구들 앞에서 말씀하셨을 때 속상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속상했을 마음을 충분히 공감, 위로해주고 난 뒤, 이 상황에서 아동권리 협약에 위배되는 항목을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대처방안과 1388 청소년 전화 등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언제든 멘토인 우리가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아동권리와 관련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타인의 권리를 함께 지킬 것을 약속하는 ‘석고 손 모형’을 함께 만들었고 권리지킴이 임명장을 만들어 수여식도 진행했습니다. 희망이가 자신의 권리를 앎으로써 더욱 존중받고, 희망이 또한 친구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아이로 성장하는데 한걸음 나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 스스로 누군가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명의 어른으로 성장하였다는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너의 모든 감정은 소중해(올바른 감정표현)”

  희망이는 “좋아요!”라는 말을 잘하는 매우 밝고 긍정적인 친구입니다. 그러나, 불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멘티에게 네가 느끼는 슬픔과 분노 등의 감정은 숨길 것이 아니라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곱 가지 감정 친구들’이라는 책을 함께 보며 분노, 슬픔, 행복, 두려움 등의 감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기고, 특정 감정이라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며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감정팻말을 함께 만들어 보고 함께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 이후 매주 일주일 동안 나의 감정은 어떠했고, 오늘 감정은 어떠했는지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는 학교에서 속상했거나 행복했던 일, 일상 속에서 즐거웠던 일 등을 편안하게 나누는 희망이를 보며 저 또한 보람, 즐거움, 행복의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소중한 사람들이야!(타인존중)” 

  타인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이와 ‘슈퍼거북’ 이야기를 함께 보며 우리는 각자의 다름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하였습니다. 더불어 타인과 비교하면서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모습으로 그대로 살아갈 때 행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였습니다. 체험학습으로 스칸디아모스 화분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활동을 하였고 친구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얼음땡, 신발던지기 게임을 통해 서로 배려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해피 디저트(꿈과 미래)”

  처음 희망이를 만났을 때 꿈은 군인이었습니다. 이유는 ‘엄마가 되길 원하셔서......’라고 대답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만난 희망이의 꿈은 ‘돈 많은 백수’라고 했습니다. 저는 명확한 꿈이 없는 희망이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의 강점을 함께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희망이의 내면에는 따뜻한 마음과 타인을 배려해주는 섬세함, 주도성과 같은 많은 강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후, 직업카드 게임을 하며 꿈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3회기로 진행한 진로 관련 멘토링에서 희망이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해피 디저트’라는 가게 이름도 스스로 정하였습니다. 다음 회차부터 차근차근 바리스타 분야에 대해 함께 알아보게 되었고, 요즘에는 월 1회씩 함께 요리실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희망이의 정확한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던 것도 있지만 희망이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음을 느끼길 바랐습니다. 

“저 디데이 세요! 선생님들 만나는 날!”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우리는 더욱 친해졌습니다. 희망이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주고, 학교에 가서 함께 얼음땡 놀이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영화도 함께 보며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만들 때, 종종 “못할 거 같아요. 선생님들이 해주세요. 제가 하면 망할 거 같아요.” 라고 말했던 희망이는 이제 “제가 한 번 해볼래요.” 라고 말하기도 하고 직접 요리 레시피를 알아와서 함께 요리실습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희망이와의 만남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모여 생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희망이가 저를 믿어주고 즐겁게 맞아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선생님들은 왜 저한테 존댓말 써요?”

  우리는 희망이에게 대부분 존댓말을 사용했습니다. 그 이유는 희망이를 충분히 존중해주고 싶었고, 또 존중받고 있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희망이가 “선생님들은 왜 저한테 존댓말 써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희망이가 선생님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선생님들도 희망이를 존중해주고 싶고, 또 희망이가 존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늘 기억했으면 좋겠어서 그렇죠.” 라고 말했습니다. 혹시나 불편했을 수 있는 희망이에게 “편하게 말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되물었는데 한 치의 고민 없이 웃으며 ”아니요. 지금 좋아요!“라고 말하는 희망이의 모습을 보니 우리의 진심이 잘 전해진 것 같아 잔잔한 보람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7개월 동안의 희망이와의 동행은 늘 초대받는 설렘이 있었으며 더 좋은 멘토링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희망이에게 존중과 사랑을 받기 충분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고, 시각의 확장과 아동권리에 대한 감수성, 진정성을 키우는 시간이 되었길 소망합니다. 저 또한 법무보호대상자 자녀들의 정서적, 사회적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멘토링을 돌아보며 희망이의 성장만큼 저 또한 성장함을 느꼈고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